노트 좀 빌려줄래...? 열린교육도 협업과 DIY 스타일
:: 다이앤 리포트 ::
081312 다이앤 리포트 vol.16 by DaYe Jung
CC BY-SA © Opensourceway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에서 비롯된 폐쇄성과 고비용이 건강한 교육을 막는 장애물로 인식 되고 있는 요즘. 다양성과
상생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적인 방식의 교육이 제시되고 있지요? 그 중
하나가 ‘열린교육’ 인데요. IT 기술을 이용해 모든 사람에게 교육 자료를 개방하는 것으로, 장소와 비용의 제약을 뛰어
넘어 교육의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들 수 있겠습니다. MIT의 오픈코스웨어 (OCW), 숙명여대의
SNOW 등이 대표적인 열린교육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 다이앤 리포트에서는 이렇게 대학 등 기관 단위로 이루어지는 교육보다, 좀 더 풀뿌리 스타일의 열린교육 플랫폼
을 살펴보려고 해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힘을 조금씩 보태는 ‘품앗이’ 방법을 교육에 적용시키는 사례인
데요. 기관 단위의 열린교육과는 또 다른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요. 일단 나와 비슷한 수준과 관심사의 사람들과의 관
계에서 오는 맘 맞는 협업, 친밀감을 얻을 수 있겠고, 그 안에서 전문 연구 기관에서 놓치는 색다른 시각이 나올 수도
있을 거예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토론과 협의로 의견을 절충하고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장이 될 수 있고요.
굿세메스터 GoodSemester
저는 중고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대학교 와서는 외국어로 수업을 듣자니 아무리 부지런히 적어도 필기에 한계가 있음
을 느꼈어요. 수업을 빠지기라도 하는 날엔 그 날자의 노트는 아예 없는 거였구요. 그래서, 기말 즈음 해서 한 수업엔,
염치 불구하고 같은 수업 친구들에게 최대한 많은 노트를 빌려서 그걸 취합하고 수렴한 다음 빌려준 친구들에게 쭉
쏴주는 서비스를 했습니다. ㅋㅋㅋㅋ (교수님이 노트는 너희끼리 알아서 빌리든 말든 맘대로 하고 나만 귀찮게 하지
말아라 라고 하셨으니 아마 괜찮을 겁니다....) 노트를 빌려준 친구들은 자료를 오픈소스(!)로 제공해준 거고, 저는 리
믹스를 해서 더 나은 완전판을 만들어낸 거죠. 수렴하면서 겸사겸사 공부도 됐구요. 그 친구들이 그 노트를 다들 공부
해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희는 조금씩 기여해서 양질의 교육 자료를 만들어낸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굿세메스터는 이런 강의실 풍경을 온라인에 재현한 플랫폼이라고 보시면 돼요. 수업을 들을 때 이 툴에 필기를 하면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저장이 되고, 어디서나 노트를 열어볼 수 있게 됩니다. 단순한 텍스트 필기 뿐만 아니라 수학 공
식 입력, 그림 메모, 악보 그리기 등등 학술 노트 필기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이 제공 돼서 여타 단순 클라우드 노트 프
로그램과는 차별화를 두었어요. 무료 가입으로 이 기능들을 쓸 수 있고 추가 기능과 저장 공간 확장을 쓰고 싶으면 유
료 업그레이드를 하면 됩니다. 에버노트와 비슷하네요. 열린교육의 관점에서 굿세메스터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리믹스 기능과 오픈에 있습니다. 최근 추가된 부가 기능
중에는 자기 노트에 CCL을 달 수 있는 옵션이 있어요. 내 노트에 CCL을 달아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내 노트를 자유롭게
복사하거나 복사본을 편집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친구들 노트를 빌려다가 취합하던 것과 비슷하지요. 이렇게 CCL을
단 노트는 굿세메스터 외부로 가지고 나가도 됩니다. 일반 라이선스 노트 역시 굿세메스터 안에서는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구요. 참고로 여기에서 제공하는 조건은 CC BY-SA입니다. 위키백과와 동일하네요. 굿세메스터의 지향점은 이렇게 학생과 교사, 교수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서 많은 리소스가 이 플
랫폼에서 생산 되게 만들고, 나아가 이 리소스가 공유 되어 열린교육자료 (Open Education Resources)가 되는 것이라
고 합니다.
플렉스북 Flexbooks
다음 사례는 여러 사람이 온라인을 통해 함께 교과서를 만드는 플렉스북 입니다. 공유경제, 지역경제의 대표적인 모델
중에 ‘품앗이 육아’라는 것이 있죠? 공동육아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여러 가정에서 돌아가면서 시간을 정해두고 아이들
을 함께 돌봐주는 것을 말해요. 기관에 맡기지 않고 대안적인 삶의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지요. 교육에도 마찬가
지로, 기존에 만들어지는 값비싼 교과서 말고 집단지성으로 아이들이 배울 교재를 만들고 무료로 이 책을 배포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플렉스북을 만드는 곳은 CK-12라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입니다. CK-12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온라인에서 바로 공
부할 수 있는 무료 학습 자료들이 올라와있는데요, 이 자료들은 여러 사람들이 위키백과처럼 협동으로 만든 코스와 커
리큘럼들이예요. CK-12는 이 자료들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출판을 해내기까지 한 보기 드문 케이스인데요.
이렇게 나온 교과서들에 ‘플렉스북’이란 레이블이 붙는다고 해요. 종이책 뿐만 아니라 e-book으로도 출판이 가능합니다.
e-book 포맷으로는 PDF, ePub, 킨들용 세 가지를 제공해서 접근성을 높였어요. CK-12에서 통하는 자료 공개 방식에는 크게 “Sharing”과 “Publishing” 두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Sharing”은
CK-12 아이디가 있는 사람만 볼 수 있구요, 초대를 해야 볼 수 있어요. “Publishing”은 인터넷에 검색이 되도록 완전
개방을 하는 건데, CK-12 측의 검수를 거치는 과정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외부에 공개가 될만한 퀄리티인지를 판단하고
“Publishing”을 이행해준다고 하네요. 집단지성으로 모인 지식은 종종 퀄리티 문제로 권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런 평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전문인 필터로서 존재하는 거죠. 올초에는 유타 주와 함께 플렉스북으로 나온 교과서를 학교에서 정식으로 채택하는 “열린 교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기존 출판사에서 만드는 교과서들 만큼이나 인정 받았다는 뜻이겠죠. CK-12의 홈페이지는 CC BY-NC-SA로 공개되어있습니다.
이 내용은 정다예(@dayejung) 가 작성했습니다.